common sense

환율이 오르면...

europa11 2008. 10. 11. 11:26

 

환율이 오르면 ...

가격경쟁력 커져 수출 늘지만, 수입품 값도 올라 물가가 뛴답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은 쾌재를 부릅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니 외화로 환산한 수출 상품의 가격은 낮아집니다. 수출 기업으로선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커진다는 의미죠. 게다가 수출대금으로 받은 외화의 가치는 오르니 이익도 저절로 늘어납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특히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환율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경우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KIKO의 사례는 정부도 미처 예상치 못한 경우입니다.

가장 뚜렷한 그림자는 물가 상승입니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품 가격이 올라가게 되고 물가도 오름세를 탑니다. 특히 이번처럼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환율까지 끌어올리면 물가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실질소득이 줄어듭니다. 결국 수출 기업이 본 이득의 대가를 모든 국민이 나눠 지게 되는 셈입니다. 지갑이 얇아지면 자연히 가계는 소비를 줄입니다. 1분기 중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쳐 급속히 둔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수출이 늘어나 고용과 투자가 살아난다면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수출 증가에도 1분기 설비투자는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0.4%로 오히려 뒷걸음쳤습니다. 결국 내수가 위축돼 성장률도 예상보다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은과 국내 민간연구소들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약 4.7%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커진 외형을 환율이 까먹어 경제규모는 오히려 쪼그라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실질GDP에 물가 수준 지표인 ‘GDP 디플레이터’(지난해 1.2%)를 더하면 경제규모를 나타내는 명목 GDP의 증가율이 나옵니다. 이 증가율이 예상 환율 상승치인 6~7%와 비슷하거나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결국 달러로 환산한 명목 GDP가 지난해(9699억 달러)와 비슷하거나 줄어 올해도 ‘1조 달러’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환율이 수출을 끌어올리는 힘도 예전만 못하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무엇보다 우리 수출산업이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얘기입니다. 대표적으로 조선산업은 환율 움직임과 관계없이 꾸준히 호황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최근 우리나라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는 이유는 주로 자원부국들을 중심으로 해외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환율효과는 적다는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