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이 이상하다. '흰색 양변기를 질병 조기 판독기로 활용하자' 다소 엉뚱한 발상같지만 소변만큼 눈으로 알 수 있는 손쉬운 진단방법도 드물다.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했던 P씨(42). 최근 들어 배가 나오는 것 같아 스쿼시로 흠씬 땀을 흘렸다. 문제는 다음날 화장실에서 벌어졌다. 양변기에 쏟아진 소변 색깔이 피를 풀어 놓은 것 같이 붉은 것이 아닌가.
'웬 혈뇨?' 나름대로 의학상식을 꿰뚫고 있는 그는 즉각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P씨의 경우는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 과잉운동으로 많이 사용한 근육이 깨지면서 근육내의 마이오글로빈이라는 색소가 혈액 안으로 유출됐기 때문이라는 것.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시장내과 오하영 교수는 " 소위 육안적 혈뇨의 원인은 급성신장염, 출혈성 방광염, 요로 결석, 콩팥 및 방광암 등 중대 질병의 사인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운동·약물·음식에 의해서도 혈뇨로 오인되는 붉은 색 소변을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소변은 쉽게 말해 혈액 속의 불필요해진 찌꺼기와 남은 수분. 따라서 건강할 때는 소변의 양과 성분이 일정하지만 체내에 이상이 오면 당장 그 변화가 오줌으로 나타난다.
건강한 사람의 소변색은 맑고 노란색에 가까운 황색. 그러나 피로하거나 수면 부족, 몸에 열이 있을 경우 탈수로 인해 소변량이 적어지고 농도 짙은 황색을 띠게 된다. 하지만 수분 공급에도 불구하고 며칠씩 황색뇨가 계속되거나 적갈색을 띠면 간장질환이나 담도질환에 의한 황달을 의심해야 한다.
성인의 하루 소변량은 1천2백∼1천5백㏄. 물론 하루 섭취하는 수분량에 따라 양이 달라질 수 있지만 지나치게 소변량이 많거나, 적은 (하루 4백㎖이하)것은 질병을 의심할 만 하다. 거품이 많고 잘 꺼지지 않는 경우엔 소변에 단백질이 다량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상인의 경우에도 하루에 1백50㎎ 이하의 단백질이 나오고, 심한 운동이나 스트레스가 있을 때 일시적으로 증가하기도 한다.
소변이 탁하면 요로 감염증이나 고름이 나오는 농뇨를 의심할 수 있다. 농뇨는 전립선 비대증일 때 방광 안에 소변이 남아 침전되고 여기에 세균감염이 겹칠 때 나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생기는 침전물은 열을 가해 보면 없어지는데 이는 소변에 염분이 있기 때문. 냄새로 가려지는 대표적인 질환은 당뇨병이다. 포도당이 걸러지지 않고 오줌에 섞이므로 달콤 시큼한 냄새가 난다. 그러나 마늘 등 향신료나 술을 많이 마셔 생기는 악취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교수는 "병원에 올 때 소변의 양과 하루 소변 회수, 그리고 탁도·냄새·색깔 등 변화를 기억해 두었다가 진찰 시 의사에게 설명하면 진단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오하영교수 약력 |
국내에서는 드물게 신장이식 환자의 관리를 외과와 신장내과가 분담하는 시스템을 도입, 이식환자 관리에 전염하고 있다. 현재 만성신부전에서 발생하는 2차성 부갑상선 호르몬 항진증에 관한 많은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1953년생. 서울대의대 졸업, 한림대 교수를 거쳐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 연구원에서 수학한 뒤 현재 성균관대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부교수, 삼성서울병원 신장내과장에 재직하고 있다. |
|
|